‘사랑하는 아들에게’
책의 첫 문장을 눈으로 읽는 순간, 먼지가 쌓인 채 어딘가에 남겨진 부모님의 잔소리를 발견한 것과 같은 감정이 느껴진다. 부모님의 잔소리는 젊은 날의 후회라 했던가. 미국 건국의 아버지, 최초의 미국인이라고 현재까지 칭송받고 미국 100달러의 주인공인 벤저민 프랭클린이 65세의 나이에 아들과 후손에게 전하는 부와 명성을 얻은 성공방법. 그 내용이 이 책에 담겨있다.

벤저민은 자신이 생각과 과거의 실수까지 숨김없이 이야기 하는데, 성공하는 방법만을 기대하고 책을 짚어든 독자들에게는 실망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런 진실을 바탕으로 풀어가는 이야기가 벤저민의 생각과 조언들에 진정성을 더 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책을 구매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이 작성한 감상문과 서평 그리고 후기들을 찾아보곤 하는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대부분의 내용들이 벤저민의 행동과 업적에서 주는 교훈들을 중심으로 작성되어, 자서전의 진정한 가치를 전달하는데에는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글이란 것은 저자의 태도와 목적을 품고 있다. 글에서 목적이란, 설명, 주장, 보고, 증명, 묘사, 이야기함으로써 “독자 혹은 현실세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려는 의도”를 말한다.(글이 안 써진다구요? 왜 누구에게 쓰는가부터 분명히 – 차익종) 지금 후기를 작성하는 나의 목적은 내 글을 읽는 독자들이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을 읽게 하는 것, 진심어린 벤저민의 조언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받아들여 원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지금 행동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벤저민의 목적은 무엇일까? 벤저민이 서두에서 직접 밝힌 목적을 알게 된 후에는 벤저민의 자서전을 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이제는 상당히 풍족하고・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명성을 얻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하나님의 축복으로 크게 성공했지만, 후손들은 내가 성공하는데 어떤 방법들을 사용했는지 알고 싶어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후손들이 내 이야기를 읽고 각자 처지에 맞추어 적합한 방법을 찾아 따르면 되지 않을까 싶다“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 중에서-

반드시 성공하는 방법

정규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지만(10살까지) 누구도 반박하기 힘든 글을 쓰는 능력이 있었고 작가, 발명가, 정치인, 외교관 등으로 살 수 있었던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 벤저민은 가난하거나 평범하더라도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독서와 태도(근면・절제・정의)라고 말한다.

독서를 추앙하라

돈 또는 명예를 기준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라고 대중에게 평가받는 인물들은 대부분 책을 가까이 했으며 다독가였다. 벤저민 또한 자서전에서 꾸준히 책과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나는 벤저민의 책과 독서에 대한 마음을 사랑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는 유년시절을 회상하며 적은 돈이라도 손에 들어올 때면 책부터 샀고 평일에는 인쇄소일이 바빠져 독서할 시간이 부족해지자 일요일을 공부하는 날로 정하고 교회 예배와 공적인 모임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책 그 자체나 책을 읽는 행위가 많은 돈을 벌게 해줄 수 없고 성공 그 자체가 되어서도 안된다는 것은 동의한다. 그렇기 때문에 벤저민의 책과 독서에 대한 자세가 더욱 특별하다. 대표적인 예로 자서전에서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사용한 방법을 언급한 부분이 있다. 자신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문장을 발견하면 그 문장에 대한 느낌을 짤막하게 정리해 두고, 며칠이 지난 후 전체 문장을 보지 않고 정리해 둔 내용을 보며 다시 문장을 완성하고 원래의 문장과 비교하며 실수한 부분을 고쳐썼다. 이것뿐만 아니라, 글을 시로 바꿔쓰는 연습, 요약한 내용이 잊혀질 때쯤 다시 완성하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언어 능력을 키우기 위해 ‘소크라테스 회상록’을 읽고 감명받아 책에 소개된 논쟁법을 본인의 것으로 만들려고 한 노력 등도 눈여겨 볼 만하다.

얼마나 책을 사랑했고 독서를 즐거워했는지 자서전 전체에 그 감정이 묻어있다.

“책 읽기는 내가 나에게 허락한 유일한 오락이었다.”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 중에서-

성실하라

근면함, 성실함, 절제 등등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한 중요성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태도로 삶을 살아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나 역시 첫 게시글을 작성하고 있는지금 꾸준함이라는 시험대에 올라있다.

벤저민은 도덕적으로 완벽해지고자 노력했던 인물이다. 자서전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벤저민의 13가지 덕목에 대해서는 한번 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13가지의 덕목에 대해 도덕적인 면을 지나치게 강조했다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벤저민 본인도 도덕적으로 완벽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정원의 잡초뽑기를 비유하기도 했듯이, 과정의 어려움을 알고 있었고 하나씩 갖추어나가길 바랬다.

벤저민이 도덕적으로 완벽해지고자 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청소년기부터 근면하고 성실한 태도로 사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혜택을 본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벤저민 스스로 근면・성실의 효용성과 중요성에 대해 서술한 내용이 많으며, 실제로 후손들이 근면함과 절제같은 태도들을 갖추길 바랬다.

몇 가지 사례들을 예로 들 수 있겠지만, 내가 흥미롭게 관찰한 부분은 벤저민은 실제로 근면하고 검소했지만 상인으로서 평판과 신용을 얻기 위해 겉으로도 그렇게 보이려고 행동했다는 것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했지만 소박한 옷을 입고 주점, 낚시 그리고 사냥과 같은 것도 즐기지 않았다.

왜 벤저민인가

벤저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은 세상에 공개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 아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벤저민은 아들과 후손이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이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성공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방법들을 편지로 작성한 1부가 시작이다. 독립 전쟁의 이유로 작성이 중단되었다가 1부에 해당하는 편지를 발견한 2명이 가치를 알아보고서 자서전 집필을 완료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하는 2통의 편지로부터 완성되었다. 그들이 벤저민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들도 자서전에 수록되어 있는데, 문체가 매우 훌륭하고 전개방식 또한 아름다워 이 책의 특별함을 느껴지게 한다.

빌 게이츠는 1994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친필 노트를 약326억이 넘는 금액에 낙찰받아 화제를 모은 바 있다.(326억 다빈치 노트, 이런게 수두룩…’빌게이츠 컬렉션’주목 – 중앙일보, 이은주 기자, 2021) 벤저민의 자서전이 출판되지 않고 편지로만 전해졌다면 그 가치는 얼마일까?

성공의 단서를 찾는 여러분들에게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의 일독을 권한다.